철종이 드라마이 주인공이 된 것은 내가 본 드라마 역사 이래 처음인듯 하오만? 더군다나 철인왕후라니.
물론 시대와 기본적인 등장인물들만 빌려온 시대극이지 엄밀히 말하자면 사극은 아니다.
이 드라마를 아무래도 청소년이나 20대도 많이 볼거같은데, 기존의 일반적인 사극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 것 같다.
주인공 남자가 초반에만 등장하는 현대인인데 과거로, 그것도 조선시대 왕비인 여주인공으로 바뀌는 설정이다.
이 드라마가 중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하던데 (리메이크) 애매하다. 굳이 논란 일어서 안동김씨와 풍양조씨를 가상의 김문, 조문 이렇게 표현하는 것도 웃기는구만. 후손들한테 고소당할까봐 겁났나..
철종이 시사하는 배경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드라마는 단지 왕권이 최악이던 시대적 상황을 빌려온 것에 불과할지 모른다.
사실 내 기억에 철종이 주인공급으로 나온 사극이나 드라마는 없었던 것 같다. 철인왕후도 마찬가지고. 그만큼 대중매체에서는 비중이 낮은 임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봐야되는 이유는 철종 다음 임금이 고종이고 우리가 잘 아는 흥선대원군이 아들을 임금으로 세우기 전에 구상했던 국정에 대한 비젼과 계획은 사실상 철종대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고종 대에 들어 대권을 차지한 흥선대원군은 안동김씨 단일가문에 의한 국정농단을 척결하려고 하고자했고, 왕권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해 나간다. 그러한 배경은 그 직전인 철종대가 상황이 최악이었다는 역설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드라마에서도 철종은 세도가들을 상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그리고 주인공 철인왕후를 싫어하지. 그런 무거운 상황에 비해 드라마에서는 몸은 여자지만 속은 아재하나들어있는 주인공이 은밀한 구석이 있는 철종과 티키타카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로 드라마를 보는 것이겠지만
실제로는 철인왕후는 안동김씨 가문 사람이지만 정치적인 입장을 크게 내비친 적은 없다고 한다. 본인이 세도정치에 일조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또 선대의 대비들이 여럿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드라마에도 왕실 어른들이 나오지.) 딱히 입장이 안되어서일수도 있다.
철종의 선왕은 헌종인데 8살에 왕이 되었다가 20대에 일찍 사망했는데, 왜 철종이 다음 왕인가? 세도가문의 판세에서 꼭두각시 왕을 세우기 위해 철종을 데려온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상 철종이 가장 가까운 촌수였다. 철종 이후에 더 촌수가 먼 고종이 왕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가까운 친족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의 서자중에 은언군이라는 왕손이 철종의 할아버지이다. 그 서자가 철종의 아버지이고 철종도 서자라고 되있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더군다나 은언군은 홍국영과 역모를 꾀했다는 혐의를 받아서 사사된다. 그 자식들은 강화도 맞은편에 교동도에서 수십년을 살았다고 하고, 그만큼 철종은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왕권과는 전혀 가능성이 없는 존재였다.
영조>사도사제>은언군>철종아버지>철종
이후에 또 누가 큰형을 왕으로 옹립하려고 역모를 꾀해서 또 형이 처형되고 남은 형제들은 강화도로 유배를 간다. 왕권과는 정말 관련이 없고 안죽은게 다행인 상태였다. 그가 강화도에 살게된 연유다.
참 기구하게도 할아버지와 형이 역모로 죽게되는 더블스코어의 역모 혈통인데 참 사람 앞일은 어떻게 될지 알수가 없다고 그야말로 어디 다른 나라 이야기에 양치기 소년 왕손 찾아다가 왕으로 옹립한것처럼 그렇게 하루아침에 불려가서 왕이 되었다. 역적집안이 됐는데 왕실에 왕위를 잇는 왕손들이 다 일찍 죽는 바람에 왕이 되버린 사람.
이 과정이 정말 드라마틱한데 드라마화 되지는 않았지.
여튼 순조 이후에 아들인 국정을 대리까지 한 효명세자가 나라를 쇄신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효명세자가 20대 초반에 사망하는 바람에 완전히 어린꼬마 헌종이 왕이 될수밖에 없었으니 조선 후기 시대상황 가운데 거의 마지막 쇄신의 기회가 이렇게 날라가는가 싶다. 그러다보니 효명세자가 세도가문에 의해 독살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어린 왕 헌종까지 일찍 사망해버리니 조선의 운명에는 불운이고, 당시 세도가문에는 떡상의 기회였다.
이대로 세도정치가 픽스되어 국정은 이미 문란해져 있고 안동김씨의 국정농단 하에 왕 철종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별로 없었다.
왕을 옹위할 수 있는 지지기반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안동김가 독주상태를 막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홍경래의 난은 한참 전인 순조11년에 일어났지만 그 전후로 보이지 않게 조선의 신분제도와 조세제도는 급격히 무너지고 있었고, 사회 시스템은 망가지고 있었다. 조선의 마지막 명군 정조가 부여잡고 있던 조선의 운명은 점점 기울고 있고 거기에 세계사적으로는 열강이 아시아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특히 일본은 좀더 후대에 메이지유신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이미 서구권의 도전을 받아 세계사적인 흐름에 눈을 뜨고 있던 터였다.
점점 조선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헬조선으로 점점 초시계를 카운트하면서 다가가고 있는 상황에서 철종은 왕이 되었다.
드라마 철인왕후는 퓨전 사극이기도 하고 드라마 자체는 궁중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현대적으로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을 뿐이지만, 철종의 시대는 오늘날 현대에 이르게 되는 조선의 멸망과 일제강점기라는 과정으로 가는 시대적 환경이었다는 점에서 무게가 있는 주제이다.
'아무말 보고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무말] 3.1절이니까 21세기형 친일파에 대해 한번 얘그해보자. (0) | 2021.03.01 |
---|---|
인스타그램 DM을 외국인이 왜 말을 걸어? 로맨스스캠 사기 (1) | 2020.12.31 |
티스토리 블로그 1일 방문자 조회수 150명 돌파 짝짝짝!! (0) | 2020.12.08 |
사유리의 인간관계 명언이 떠오른다. (0) | 2020.12.05 |
혜민스님의 이상한 무소유 논란. 스님이 참회를 몇번이나 했는데 왜들그래 (0) | 2020.11.19 |
댓글